KM과 EM 사이: IDI로 시작하는 문화 간 대화
다름은 다양함의 표현입니다.

Sam Kim
May 30, 2026
한인교회와 이민가정에 IDI가 필요한 이유
교회는 서로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교회는 복음 안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몸을 이루는 공동체다. 나이와 언어, 인종과 문화, 성장 배경과 신앙 경험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예배하고, 봉사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다양성은 교회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기 위해 교회가 품어야 할 현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였다고 해서 저절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신앙을 고백하더라도 권위를 이해하는 방식, 갈등을 표현하는 방식,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 공동체에 참여하는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하나의 도구가 Intercultural Development Inventory, IDI다.
IDI는 무엇인가?
IDI는 문화적 차이와 공통점을 대할 때 개인과 집단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문화 간 역량 평가 도구다. IDI가 말하는 문화 간 역량은 문화적 차이를 무시하거나 판단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관점을 전환하며 상황에 적절하게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IDI는 사람의 성격이나 신앙의 깊이를 평가하는 검사가 아니다. 누가 더 개방적이고 선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도구도 아니다.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의 정도를 직접 측정하는 검사도 아니다. 대신 나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며 반응하는지를 돌아보도록 돕는다. Sarah Rimmel은 IDI를 개인과 조직이 문화적 차이를 대하는 현재의 위치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방향을 찾게 하는 도구로 설명한다.
IDI의 중요한 목적은 평가나 낙인이 아니라 성장이다. 공식 IDI 자료 역시 이를 개인과 집단이 문화적 차이에 더 효과적으로 참여하도록 돕는 발달적 평가라고 설명한다.
자기이해에서 시작되는 문화 간 동역
우리는 흔히 갈등의 원인을 상대방의 성격이나 태도에서 찾는다.
“저 사람은 너무 자기주장이 강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임감이 없다.”
“부모 세대는 자녀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영어권 교인들은 교회를 너무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려지는 이러한 판단은 상대방의 행동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침묵은 동의와 존중의 표현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침묵은 의견이 없거나 참여하지 않는 태도로 보일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 지도자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지 않고 따르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권위주의로 느껴질 수 있다.
IDI는 이러한 차이 앞에서 먼저 상대를 분석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도록 돕는다.
나는 문화적 차이를 얼마나 인식하는가?
나는 차이를 불편한 문제로 받아들이는가?
나는 모든 사람이 본질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중요한 차이를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나의 문화적 기준을 보편적인 상식이라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나와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self-awareness, 곧 자기인식의 과정이다.
개인만이 아니라 집단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교회에서는 개인의 자기이해만큼 집단의 반응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회나 위원회의 결정은 한 사람의 성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각기 다른 경험과 문화적 관점을 가진 구성원들이 함께 모일 때, 집단 안에는 개인의 의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와 결정 방식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당회 구성원 개개인은 새로운 문화와 세대에 개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회의에서는 익숙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견만 더 많이 반영되거나, 오래된 관행에 익숙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회가 “우리는 모두를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중요한 결정은 늘 같은 사람들이 내릴 수 있다. 젊은 세대와 소수인종의 의견을 듣는 자리는 마련하지만, 최종 결정에서는 기존 지도자들의 판단이 우선될 수도 있다.
IDI의 개인 보고서는 각 사람이 문화적 차이에 반응하는 방식을 돌아보도록 돕고, 집단 보고서는 구성원들이 함께할 때 공동체가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교회는 막연히 “우리는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선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문화적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
한인교회에서 IDI가 필요한 이유
한인교회는 이미 다문화 공동체다. 겉으로는 모두 한국인 또는 Korean American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인교회 안에는 매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한국에서 성장한 이민 1세대와 미국에서 성장한 2세는 서로 다른 언어와 교육환경, 권위의식과 관계 방식을 경험했다. 한국어권과 영어권 교인은 예배와 설교뿐 아니라 교회를 이해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최근에 이민 온 사람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도 문화적 차이에 다르게 반응한다.
같은 가정 안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다. 부모 세대에게 교회는 신앙공동체인 동시에 이민생활을 견디게 해 준 가족과 같은 공간일 수 있다. 교회를 위해 희생하고 지도자의 권위를 존중하며 공동체의 필요를 개인의 필요보다 앞세우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반면 2세 자녀들에게 교회는 자신의 질문과 정체성이 존중받아야 하는 공동체다. 신앙과 교회의 전통을 구분하려 하고, 리더십의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하며, 인종·성별·성적 지향·정신건강·사회정의와 같은 주제를 신앙의 중요한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단순히 “부모 세대는 보수적이고 2세는 진보적이다”라고 설명하면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모든 한인 부모와 모든 2세가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IDI는 세대를 하나의 고정된 유형으로 분류하기보다, 서로 다른 문화적 경험이 우리의 관점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세대 간 갈등을 관계의 단절이 아닌 배움의 기회로
한인 이민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갈등은 종종 언어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화적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부모가 “가족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고 여기는 표현을 자녀는 통제나 비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자녀가 자신의 감정과 경계를 분명히 말할 때 부모는 이를 무례함이나 가족에 대한 거부로 이해할 수 있다. 부모 세대에게 사랑은 희생과 책임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자녀 세대에게 사랑은 경청과 인정, 선택의 존중으로 경험될 수 있다.
문제는 어느 한쪽에 사랑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문화적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IDI는 부모와 자녀에게 누가 옳은지를 판정해 주지 않는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상대의 행동을 나의 문화적 기준만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존중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이 상대에게는 어떻게 경험되는가?
나는 상대의 말을 듣고도 결국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기를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가족과 신앙공동체로 함께 살아갈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갈등을 즉시 해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로를 문제로 규정하는 대신, 서로 다른 문화적 세계를 이해하는 대화의 문을 열어 준다.
환영을 넘어 함께 변화하는 교회
많은 교회가 다양성을 이야기하며 “누구나 환영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 간 공동체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기존 공동체 안으로 초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롭게 참여한 사람들의 경험과 질문으로 인해 기존 공동체도 변화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2세에게 한국어 예배에 적응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영어권 세대가 왜 기존 교회 문화에 어려움을 느끼는지 들어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봉사와 헌신을 요청하기 전에, 그들이 교회의 결정 과정에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반대로 2세 역시 부모 세대의 교회 문화를 단지 낡은 전통으로만 판단하기보다, 이민자로 살아남고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부모 세대가 감당했던 희생과 신앙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화 간 역량은 한쪽이 다른 쪽에 적응하는 능력이 아니다. 서로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상대의 세계를 배우며, 관계를 위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NCCP 위원회 지도자들과 함께한 IDI 워크숍
지난 5월에는 North Central California Presbytery, NCCP의 Committee’s Leaders 을 대상으로 IDI 워크숍을 진행했다. 노회의 위원회들은 목회자와 교회, 재정과 리더십, 새로운 사역과 공동체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위원회 지도자들이 자신의 문화적 관점뿐 아니라 집단이 문화적 차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워크숍의 목적은 참가자들을 평가하거나 누가 문화적으로 더 성숙한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었다. 각자의 현재 위치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결정할 때 어떤 목소리가 들리고 어떤 목소리가 쉽게 사라지는지를 돌아보는 데 있었다.
교회와 노회의 위원회가 문화 간 역량을 갖춘다는 것은 모든 갈등을 없애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과 차이가 나타났을 때 이를 두려워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더 정직하고 책임 있게 다룰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IDI는 답이 아니라 대화의 시작이다
IDI 하나가 교회의 모든 문화적 갈등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평가 결과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공동체가 변화하지도 않는다. 결과를 바탕으로 정직한 대화를 나누고, 소외된 목소리를 듣고, 리더십과 의사결정 구조를 점검하며, 새로운 행동을 연습해야 한다.
그럼에도 IDI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자신의 문화적 습관을 신앙적 진리나 보편적 상식으로 착각하기 쉽다. 집단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면,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에서도 배제와 오해가 반복될 수 있다. 복음은 차이를 없애 모든 사람을 똑같게 만드는 소식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함께 변화하며, 새로운 공동체가 되어 가도록 부르는 소식이다.
한인교회와 이민가정에서 IDI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누가 옳은지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바꾸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
차이를 갈등의 원인이 아니라 이해의 출발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
그리고 부모 세대와 다음 세대가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화에 참여하기